서론
아가미-귀-콩팥(branchio-oto-renal, BOR) 증후군은 새열기형, 전이개누공, 외이기형, 난청, 신장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유전질환이며, 이 중 신장의 이상이 없는 경우를 아가미-귀(branchio-otic, BO) 증후군이라고 한다. 표현형은 다양하여 환자에 따라 청력소실의 정도, 새열기형의 종류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아가미-귀-콩팥 증후군 혹은 아가미-귀 증후군 증례는 총 5예로,1–5) 이 중 3예에서 새열 기형이 있었으며 모두 제2형 새열기형이었고 제3 혹은 제4 새열기형은 보고된 바 없었다. 해외문헌에도 현재까지 제3 혹은 4 새열기형이 동반된 아가미-귀 증후군의 증례는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아가미-귀 증후군으로 진단된 22세 남자 환자에서 발견된 양측 제3 새열기형을 화학적 소작술을 이용하여 치료한 1예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22세 남자 환자가 6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흉골(sternum) 상방의 부종과 동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15년 전부터 달팽이관 저형성, 양측 혼합성난청 및 양측 이개누공으로 여러 병원을 내원하여 추적관찰 중이었고, 흉골 상방의 반복적인 부종과 동통에 대해서는 증상이 있을 때마다 흡인하여 치료해 왔었다. 반복적인 편도염으로 10년 전 편도절제술을 시행한 것 이외 다른 과거력은 없었다.
신체 진찰에서 양측 이개는 정상 구조를 하고 있었고, 양측 이개 앞 누공이 확인되었다. 갑상연골의 우측 경계로부터 우측으로 2 cm 되는 위치에 새열누공의 피부쪽 개구부가 확인되었고, 맑고 투명한 분비물이 나오고 있었다. 좌측 목에는 피부쪽 개구부가 보이지 않았고, 흉골(sternum) 상방에 4×3 cm 크기의 압통이 있는 낭종형 종괴가 촉지되었다.
환자는 12년 전 시행한 신장초음파에서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혈액검사 상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 추정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모두 정상이었다. 부모, 형제 모두 이개누공, 새열기형, 난청, 신기능 이상소견은 없었다. 환자는 Chang 등이 제시한 임상적 진단기준에 따라 주 진단기준 중 3개(새열기형, 난청, 전이개누공)의 소견으로 아가미-귀 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6)
후두내시경 검사에서 편도, 설근(base of tongue), 이상와(pyriform sinus), 구인두(oropharynx)에 누공의 내부 개구부로 의심되는 병변은 보이지 않았다. 병변의 평가를 위해 목 전산화단층촬영(computer tomopraphy, CT)을 시행하였다. 목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방패목뿔막(thyrohyoid membrane)에서 기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양측 새열기형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었다. 우측 새열기형은 흉쇄유돌근의 앞쪽 경계부를 따라 하강하여 갑상연골의 우측 경계부로부터 우측 2 cm 부위에 피부 개구부를 형성하고 있는 누공형(fistula)이었다. 좌측 새열기형은 흉쇄유돌근의 앞쪽 경계부를 따라 하강하여 좌측 갑상선 바깥쪽 앞 경부공간(anterior cervical space)과 흉골 상방에 만성 염증으로 의심되는 저음영의 병변을 이루고 있었고, 피부 누공이 없는 동(sinus) 형태였다(Fig. 1). 새열기형으로 의심되는 병변의 내부 개구부를 확인하기 위해 gastrografin 식도조영술을 시행했으나, 조영되는 병변이나 내부 개구부는 없었다. 흉쇄유돌근 전방 상부 3분의 1 지점에 주로 낭종형으로 존재하는 제2형 새열기형에 비해 좌측 경부 종물이 하부까지 내려가 있는 점으로 보아, 저자들은 임상적으로 제3형 혹은 4형 새열기형을 의심하게 되었고,7) 이를 진단 및 수술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현수후두경(suspension laryngoscope)을 이용한 내부 개구부 확인과, trichloroacetic acid(TCA)를 이용한 내부개구부의 화학적 소작술을 계획하였다. 흉골 상방의 염증성 병변에 대해서는 농양이 형성되어있지 않고, 염증소견이 경미하여 술 후 흡인(aspiration)을 통해 치료하기로 계획하였다.
전신마취로 수술실에서 시행한 현수후두경에서 양측 모두 피열후두개주름(aryepiglottic fold)과 후두개곡(vallecular fossa) 사이의 이상와누공 상부에서 각각의 새열누공의 개구부가 관찰되어 양측 제 3형 새열기형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우측 개구부는 직경 약 3 mm로 확인되고, 좌측 개구부는 직경 약 1.5 mm로 확인되었다. 각각의 개구부를 40% TCA로 화학적 소작술을 1분씩 3회 시행하였다. 비교적 직경이 큰 우측 개구부는 화학적 소작술만으로는 개구부가 완전히 막히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전기소작기를 이용한 전기소작술을 추가적으로 시행했다. 수술 부위의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수술을 종료하였다(Fig. 2).
술 후 2일째 흉골 상방의 낭종성 종물(cystic mass)에 대해 초음파 유도하 흡인을(ultrasonography guided aspiration) 시도했다. 종물 내용물은 매우 끈적한 젤 양상의(gel-like) 조직이었고 따라서 잘 흡인되지 않았다. 흉골 상방의 낭종성 종물은 수술적 제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술 후 3일째 국소마취로 절개배농을 시행하였다. 종물에 절개를 가하자 어두운 노란색의(dark-yellowish) 육아종성 염증조직들이 확인되었고, 끈적한 성상의 액체들도 동반되었다. 일부는 채취하여 병리과에 조직검사를 의뢰했으며, 남은 육아조직들은 가능한 많이 제거한 후 포비돈-아이오딘 세정액 및 생리식염수로 수차례 관류한 후 배액관을 삽입한 후 봉합하였다.
조직검사에서 종물에 있던 조직은 육아종성 염증조직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비교적 직경이 컸던 우측 새열누공은 1회의 화학적 소작술로 막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추가적인 화학적 소작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고, 추적관찰하기로 하였다. 또한, EYA1(Drosophila eyes absent gene)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들의 유전자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이는 환자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했다.
현재 술 후 5개월째로, 비교적 개구부가 컸던 우측 새열누공은 지속적으로 피부 누공을 통해 분비물이 일부 나오고 있으나 점차 분비물의 양과 빈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좌측 새열동은 흉골상방 절개배농을 시행한 부위를 통해 술 후 1개월간 혈액이 섞인 소량의 장액성의 분비물이 발생하였고 상처 회복의 지연이 있었으나, 이후 분비물 없이 상처는 회복되었다(Fig. 3). 화학적 소작술을 시행했던 양측 이상와에는 감염소견은 없었고, 내시경에서 개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Fig. 4). 우측 새열기형은 향후 추가적인 현수 후두경하 화학적 소작술을 시행할 계획이며, 좌측 새열기형은 현재 염증과 부종이 호전되어, 추후 현수후두경하 화학적 소작술을 시행할 때 내부 개구부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고찰
아가미-귀-신장(BOR) 증후군은 신생아 4만 명 중 한 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난청, 새열기형, 전이개누공, 신장질환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8)
1864년 Heusinger에 의해 인두의 누공과 청력장애가 동반된 증례가 보고된 이후,9) 1975년 Melnick 등이 청력소실, 새열기형, 신기형이 동반되는 특징을 보고하면서 아가미-귀-신장 증후군으로 명명되었으며,10) Adelhak 등에 의해 8번 염색체 장완(8q13.3)에 위치하는 EYA1 유전자를 규명하여 이 유전자가 질환과 관련이 있고 상염색체 우성유전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11) 이후 Kumar 등은 많은 아가미-귀 증후군 가족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유전자 1q 31에 두 번째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12) Ruf 등은 가계도 연구를 통해 유전자 14q 21.3에서 q24.3 위치에 아가미-귀 증후군과 관련된 세 번째 유전자가 있음을 밝혔다.13)
Stinckens 등에 의해 보고된 바에 의하면 아가미-귀 증후군의 임상증상은 청력장애(95.4%)가 가장 많고, 전이개누공(87%)이 그 뒤를 이었으며 이개의 변형(86.8%), 새열기형(86.5%), 신장이상(58.3%) 순으로 나타났다. 청력장애는 주로 소아기에 나타나며, 혼합성 난청(50%)을 주로 보이나 감각신경성(25%), 전음성 난청(25%)인 경우도 있으며,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표현도를 보인다.14) 본 증례의 환자는 혼합성 난청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소골 구조이상과 달팽이관 저형성, 안면신경 주행이상을 보이고 있었다.
새열기형은 발생과정에서 경관(cervical sinus of His)의 완전한 폐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외배엽으로 완전히 덮이지 않게 되면 발생하는 기형으로 대부분 편측성으로 나타나지만, 아가미-귀 증후군의 경우 양측성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 아가미-귀 증후군에서는 제1, 제2 새열기형이 주로 보고되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주로 경부 측면 흉쇄유돌근의 상부 1/3 지점에서 낭이나 피부개구부를 형성하며, 편도와에 내부개구부를 형성하는 제2형 새열기형이 보고되었다.14) 국내에 보고된 아가미-귀 증후군 환자의 새열기형은 모두 제2형 새열기형이었으며 제3 혹은 4형은 보고된 바 없었다.1–5) 본 증례는 좌측은 동, 우측은 누공을 이루고, 양측 모두 내측 개구부가 피열후두개주름(aryepiglottic fold)과 후두개곡(vallecular fossa) 사이에 존재하여 양측 제3 새열기형으로 진단된 사례로, 아가미-귀 증후군에서 양측성으로 제3 새열기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열기형은 완전한 수술적 제거가 근치적 치료법이다. 새열기형을 그대로 놓아 둘 경우 25%에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있을 경우 수술 후 재발 확률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새성기형이 있는 것 자체가 수술의 적응증이 된다.15) 하지만 이상와로 개구하는 제3형 혹은 4형 새열낭종의 경우 그 누공의 경로가 주변 주요혈관, 신경 등과 인접하여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수술적으로 완전 절제가 어렵고, 재발 및 합병증의 빈도가 높아16) 최근에는 수술을 통한 완전절제보다는 현수후두경(suspension laryngoscope)으로 이상와의 개구부를 확인하고, 이를 화학적 혹은 전기적으로 소작하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소작하여 입구를 막는 것이 표준치료로 활용되고 있다.17) 화학적 소작술은 주로 산성물질인 TCA를 사용하여 시행하는데, TCA가 액체성분이기 때문에 누공을 따라 TCA가 흘러들어가 입구를 통해 경로 전반적으로 누공협착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소작술과 레이저소작술은 입구부 폐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TCA 및 전기소작술을 동시에 사용하여 이상와 새열기형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18) 본 증례의 환자는 현수내시경을 통해 양측 이상와의 개구부를 찾고, TCA를 통한 화학적 소작술 및 전기소작기를 이용한 전기소작술을 시행하였다. 좌측 동의 경우 내측 개구부 소작술 후 주머니의 내용물에 대해 흡인을 시도하였으나 액체 성분은 적고, 대부분은 고체의 육아조직 성분이었기 때문에 흡인되지 않아, 절개배농을 통해 주머니의 내용물을 제거하였다. 환자는 어릴 때부터 좌측 경부 종물의 반복적인 종창과 통증이 있어 10회가 넘는 흡인을 시행했으나 수술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는 시행하지 않았던 환자로, 만성적으로 장기간 반복된 염증으로 인한 다량의 염증조직들이 누공 내부와 주변 조직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흉골 주변까지 동이 커져 염증이 파급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절개배농 이후 1개월간 지속적으로 분비물이 발생했으며, 창상의 회복에도 시간이 지연되었다.
아가미-귀-신장 증후군의 경우 다양한 신장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중 6%에서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각한 신비뇨기계 장애를 초래하여 혈액투석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진단 당시 복부 초음파를 이용하여 콩팥 발육부전을 확인하고 신기능 검사, 정맥신우조영술 등을 통해 신기능의 저하를 확인해야 하며 이상소견이 있다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조절, 식이요법관리를 통해 신기능 감소를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2)
본 증례의 환자처럼 난청, 양측 이개누공, 양측 새열기형이 관찰되어 아가미-귀-신장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이과적 질환들을 감별한 후 적절한 수술적 치료 혹은 청각재활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새열낭종의 반복적인 염증이 발생한다면 흡인, 절개배농 등의 보존적인 치료는 본 증례처럼 잦은 재발과 주변조직으로의 염증파급을 만들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며,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을 계획할 때, 본 증례처럼 극히 드물지만, 제3 혹은 4형 누공이 동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술 전 식도조영술, 전산화단층촬영 등의 면밀한 영상학적 진단과 후두내시경을 통한 개구부 확인이 선행되어야 하고, 제3 혹은 4형 누공이 의심된다면 현수후두경을 통한 소작술이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아가미-귀-콩팥 증후군 혹은 아가미-귀 증후군 증례는 총 5예로, 이 중 3예에서 새열기형이 동반되었는데, 새열기형은 모두 제2형 새열기형이었고 제3 혹은 제4 새열기형은 보고된 바 없었다. 해외 문헌에도 제3 혹은 4 새열기형이 동반된 아가미-귀 증후군의 증례는 보고된 바 없다. 이에 저자들은 아가미-귀 증후군으로 진단된 22세 남자 환자에서 발견된 양측 제3 새열기형을 화학적 소작술을 이용하여 치료한 1예를 문헌고찰과 함께 최초로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