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단독 설하신경마비(isolated hypoglossal nerve palsy, isolated HNP)는 혀의 편위, 구음장애, 연하곤란을 특징으로 하는 드문 신경학적 합병증이다. 기관내 튜브(endotracheal tube, ETT) 또는 후두 마스크(laryngeal mask airway, LMA)를 이용한 전신마취 하 기도 관리 이후 다양한 수술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보고되며, 대개 수술 직후 또는 수 일 내 증상이 인지된다. Shah 등은 단독 HNP의 다수가 일과성 신경병증(neurapraxia) 양상으로 나타나며 수개월 내 자연 호전된다고 보고하였다.1) 병태생리는 설골 대각(greater horn of the hyoid) 인접 구간에서의 ETT/LMA 커프 압박·견인, 경부 과신전 또는 반복 후두경 시도, 팽창된 커프 상태로의 발관 등 절차적 요인으로 설명된다.2) 비과 영역에서도 내시경 부비동수술(endoscopic sinus surgery, ESS) 후 두개신경마비가 드물게 보고되어 왔지만 설하신경마비는 극히 드물다.3) 본 증례는 전신마취 하 양측 ESS와 비중격교정술 이후 발생한 단독 HNP의 임상 경과를 제시하고, 기존 문헌과 비교하여 병태생리·감별·예방 전략을 논의하고자 한다.
증례
51세 남성이 3년 전부터 발생한 수양성 비루가 최근 2개월 사이 점액성으로 변하면서 기침·객담이 동반되어 내원하였다. 과거력으로 죽상경화증이 있었고, 비강 내시경검사에서 점액농성 비루와 우측 비중격 편위가 관찰되었다. 부비동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양측 만성 비부비동염 소견이 확인되었다. 8주간 비강 세척 및 경구 항생제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어 수술을 계획하였고, 호흡기내과 평가에서 기관지천식 의증 하 흡입 스테로이드와 기관지확장제를 병용하였다.
전신마취는 기관내삽관으로 시행되었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내경 7.5 mm 튜브를 삽관 후 20.5 cm 깊이에 고정하였다. 수술은 양측 ESS 및 비중격교정술로, 양측 접구개신경 마취 후 비중격 연골막하 수압박리(hydraulic dissection)를 시행하고 L자 비지주(L-strut)를 보존하며 비중격 골부·연골부를 제거하였다. 양측 상악동과 전·후 사골봉소, 우측 접형동, 좌측 전두동의 점액농성 분비물과 용종성 점막을 제거하였다. 양측 비강 패킹 및 실리콘 시트(silastic sheet) 고정 후 수술을 종료하였고, 수술 당일 특이 합병증은 없었다.
수술 후 1일째 환자는 혀 운동 저하, 발성·섭식 시 불편을 호소하였다. 이학적 검사에서 혀의 좌측 편위 외에 다른 신경학적 이상은 없었으며(Fig. 1), 연성 후두경 검사에서 양측 성대 운동은 정상이었다. 뇌 CT 및 자기공명영상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Isolated HNP 의심 하 정맥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10 mg/d을 6일간 투여 후 퇴원하였다. 수술 후 1주 외래에서 혀 운동 저하는 호전 경향이었으나 발성 시 불편이 지속되어 경구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48 mg/d 2일 처방 후 16 mg/d까지 2주간 감량하였고, 이후 16 mg/d 2주, 8 mg/d 2주 추가 처방하였다. 수술 후 3주에는 혀 편위 및 증상이 추가 호전되었고, 외래 추적에서 수술 후 6개월까지 점진적 회복을 보였다(Fig. 2).
고찰
본 환자는 수술 후 1일째 발생한 편측 혀 편위와 정상 영상학적 소견, 기타 뇌신경 이상의 부재를 보여, 전신마취 및 기도 관리와 관련된 말초성 신경병증 가능성이 높다.1) ESS 및 비중격교정술은 비내 접근법으로 구강 개구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수술 중 경부 신전 유지, ETT 고정, 비강 패킹 등으로 인두 내 압력 환경이 변화하면서 설골 대각 인접부에서 설하신경이 커프·연부 조직 사이에 압박 또는 견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마취 기록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반복 후두경 견인이나 발관 시 커프 미감압 등 절차적 요소도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4)
설하신경은 설골 대각을 따라 하악설골근(mylohyoid muscle)과 설골설근(hyoglossus muscle) 사이로 진입하는 해부학적 경로 상, 구인두-설근부-설골 구간에서 ETT 커프가 확장될 때 연부 조직과 골성 구조물 사이에 압박 및 전단력에 취약하다. 특히 측부 고정에 따른 커프의 편위, 경부 신전으로 인한 설하신경 경로의 장력 증가는 견인 신경병증을 촉발할 수 있으며, 비강 패킹과 체위가 만든 인두 내 압력 변화가 이러한 민감도를 높였을 수 있다.
감별진단으로 Tapia 증후군을 고려할 수 있다. Tapia 증후군은 동측 설하신경과 반회후두신경 또는 미주신경 분지의 동시 마비로, 임상적으로 혀 편위와 함께 애성·흡기성 천명·흡인이 동반되며 후두경에서 성대운동장애가 확인된다.5) 병태생리는 과신전, 기도 기기 커프 압력, 후두경 견인 등 기도 관리 중 구인두 부위의 압박·신장으로 설명되어 단독 HNP와 일부 공통되지만, 성대 마비 동반 여부가 핵심 감별점이다. 임상 경과는 대체로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친 점진적 호전이며, 치료는 기도 보호와 연하·발성 재활 등 보존적 관리가 기본이다. 흡인 위험이나 애성이 지속될 경우 일시적 성대 주입술 및 내전술 등 보조 시술을 고려할 수 있으나, 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의 확실한 이득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본 증례는 연성 후두경 검사에서 성대 운동 장애가 없고 영상 검사에서 중추성 병변이 배제되었으며 임상 경과 역시 단독 HNP의 자연 회복 양상과 합치하여 Tapia 증후군보다는 단독 HNP에 부합한다. 증상 발생 시점에 후두경으로 성대 운동을 확인하는 절차를 표준화하면 조기 감별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5,6) ESS와 연관된 하위 뇌신경병증(lower cranial neuropathy)은 Tapia 증후군의 형태로도 보고된 바 있으며, 해당 증례 보고에서는 ESS 후 일측 성대 마비와 혀 편위가 발생하였고 보존적 치료를 통해 점진적으로 회복되었다.7)
단독 HNP는 대체로 보존적 치료만으로 회복되며, 보고에 따르면 중앙 회복 시점은 약 2개월이고 약 80%가 4개월 이내 호전된다.1) 회복 속도는 연령, 성별 분포, 기도 기기 종류(ETT 또는 LMA), 수술 시간 및 자세, 기관내 삽관 난이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환자 교육 측면에서는 회복 시간, 음성 및 운동 재활의 기대 효과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증례에서 단기간 전신 스테로이드 요법 및 보존적 치료 후 6개월에 걸친 점진적 회복은 신경병증의 자연 경과와 합치한다.
한편, 수술 후 단독 뇌신경마비에서는 중추성 및 혈관성 원인을 반드시 체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먼저 혀 편위, 구음 및 연하 장애 등을 평가하며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후두경으로 성대 마비 여부를 확인하여 Tapia syndrome 등을 감별한다. 그리고 확산강조영상을 포함한 자기공명영상 및 혈관조영술로 뇌간 및 두개저 병변 또는 혈관성 병변을 배제해야 한다. 드물지만 사대 수막종(clivus meningioma)과 같은 두개저 병변에서 단독 HNP가 나타날 수 있다.8) Clivus meningioma 환자의 자기공명영상에서 높은 조영 증강 및 설하 신경관 협착 및 압박 소견이 보일 수 있다. 또한 내경동맥 박리(internal carotid artery dissection)에서도 단독 HNP가 나타날 수 있다.9) 특히 도플러 초음파는 정상 소견을 보일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항응고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수술 후 혀 편위 등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설하신경관을 포함하는 얇은 절편의 조영증강 두개저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해야 하고, 벽내 혈종(intramural hematoma) 감별을 위해 지방 억제 영상을 포함해야 한다. 영상학적 검사로 단독 HNP의 중추성 및 혈관성 원인 감별 후에도 지연 회복 또는 비전형적인 경과가 관찰되면 신경전도 및 근전도를 통해 신경병증의 정도를 평가하고 환자와의 예후 상담에 이용할 수 있다.10)
ESS 후 발생하는 isolated HNP는 매우 드물지만, 수술 후 나타나는 혀 편위가 수술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보다는 기도 관리와 관련된 lower cranial neuropathy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Tapia 증후군과의 조기 감별이 중요하며, 음성 변화, 연하곤란, 또는 혀 편위가 관찰될 경우 성대 운동성을 평가하기 위한 후두경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삽관 술기, 커프 압력, 경부 위치 및 발관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이러한 드문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